2022년 회고

또 다시 돌아온 회고록이다. 아, 올해는 마스크 좀 벗길 기대했는데 언제쯤 실내 마스크를 해제할지 모르겠다.

겨울 야외 온수 풀

올초 겨울에 그 동안 정말 해보고 싶었던 것을 해봤다. 겨울에 야외 온수 풀에 가보는 것이었다. 얼굴은 춥고 몸은 따뜻한 일본 겨울 온천 같은 느낌을 경험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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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친구들과 함께 충북 제천에 위치한 리솜 포레스트에 방문했다. 서울에서 그리 멀지도 않으면서 완전히 자연 속에 고립된 곳에 리조트가 있어서 조용히 휴가를 보내고 싶을 때 여기만한 곳이 있을까 싶다. 심지어 가격도 합리적이었다.

4명이서 호텔 + 스파 2명 추가해서 40만원 정도 지불했다. 인당 10만원 꼴이고 호텔 내부도 상당히 좋았다. 야외 풀과 실내 풀도 상당히 큰 규모였다. 리조트 자체는 정말 만족스러웠지만, 마스크를 끼고 물놀이를 하는 게 좋은 경험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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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온전히 리조트에서 보내고 다음 날엔 주변 명소에서 케이블카도 타고 들깨수제비도 먹고 좋은 추억 많이 만들었다. 다시 방문할 의사 100%이다. 기회되면 다들 꼭 가보시길!

이직

올해 1월 어떤 개발자분께 이메일을 통해 커피챗 제안을 받았다. 커피챗 제안은 종종 있는 일이지만, 이번엔 조금 달랐다. 자신이 곧 프론트엔드 리드로 이직을 하게 되는데, 프론트엔드 포지션 한 자리가 남아서 같이 인터뷰를 보고 이직을 하면 어떻겠냐는 제안이었다.

보통은 회사 HR팀이나 대표님들이 연락을 주시기 때문에 누적 투자금이나 지표로 먆이 어필을 해주신다. 하지만 이번엔 대표님도 아니고 아직 합류하지 않으신 개발자분께서 직접 내 블로그 글의 내용을 자세히 언급하셔서 나에게 정말 관심이 있다는 게 느껴졌다.

그리고 생각보다 훨씬 더 초기 단계의 기업이면서, 모든 엔지니어 분들이 아주 뛰어난 스펙과 학력을(구글, 애플, 인텔, 서울대, 카이스트, 콜롬비아 등..) 가지셔서 그 분들과 협업하는 경험이 너무나 궁금했다. 고학력자와 빅테크 업무 경력이 있는 분들은 정말로 나랑 생각하는 게 다를까 하는 그런 것들 말이다.

아무튼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보니 미국에 본사를 둔 인공지능 도메인의 회사였고, 동영상 자막 생성과 번역을 주로 하는 XL8(엑스엘에이트) 라는 회사였다.

모든 인터뷰는 원격으로 진행됐고 오래되서 기억이 잘 안나지만, 총 5명의 재직자 분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알고리즘 테스트도 보고, 난생 처음으로 영어 인터뷰도 해봤다. 이 때가 살면서 가장 영어를 못한 순간이었다. 다행히도 좋게 봐주셨는지 이직에 성공했다.

다행히 실무에선 영어로 말을 할 일이 거의 없어서 영어로 스트레스를 받진 않고 있다. 그래도 매 주 현지 직원과 30분씩 1:1 미팅을 하고 있다. 솔직히 주도적으로 공부를 하진 않아서 영어 실력이 늘진 않는데, 유지는 되는 것 같다.

어쨌든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일을 하고 있다. 직원 절반은 미국에, 나머지 직원들은 모두 한국에 거주하고 있어서 코로나로 인한 일시적인 원격 근무가 아닌 100% 원격 근무이다. 그래도 내가 속한 프론트엔드 팀은 친목 도모와 스터디를 위해 주 1회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코로나 덕에 이 전 직장에서부터 원격 근무를 해왔지만, 출근은 아예 안하는 것 보다는 주 1회가 딱 좋은 것 같다. 100% 집에서만 일하면 뭔가 다방면으로 고립되는 느낌이랄까?

별거 아니지만 출근길에 다른 사람들은 뭐 하면서 출근하는지 보고, 무슨 옷 입는지도 좀 보면 그나마 현실 감각이 유지되는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출근하면 점심이랑 커피 사줘서 돈도 굳고, 바깥 바람도 쐬고 팀원들과 친목도 쌓고 좋다. (팀원들 매일 보면 보면 할 얘기도 없다.)

미국 출장

입사한지 3달쯤 되었을 때 사내 사이드 프로젝트 계획이 있었고, 본사에 계신 CTO님께서 나에게 가장 먼저 3달 간 미국에 체류할 것을 제안해주셨다.

여자친구가 기존에 카페를 운영하는 상태라 종종 도와주어야만 하는 상황이었고, 근처에 곧 2번째 가게를 계약한 상태라 가지 않을 생각이었는데 여자친구가 가라고 해서 출장을 가기로 결정했다.

사실 나는 한국은 지나치게 미국 사대주의가 강하고, 잠깐 유학하고 한국와서 굳이 영어쓰고 영어 하면서 잘난 척하는 사람들을 너무 자주 보다보니 미국에 대한 괜한 선입견과 반감이 있었다. 나에게 일어날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총기 사건이 자주 언급이 되기도 하고..

그래도 미국에 세 달간 지원 받으며 실리콘밸리 지역에서 살아볼 수 있으니 엄청 좋은 기회라고 주변에서 잘됐다고 이야기 많이 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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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은 내가 세 달간 지냈던 숙소이다. 캘리포니아 산호세라는 지역이고, 시골 느낌의 매우 한적한 동네였다.

회사에서 에어비앤비를 예약해주었고, 실리콘밸리 명성답게 가격은 매우 사악했다. 쓰리룸 세 달 동안 18,000불이었다. 2천만원이 넘는다. 원래 세 명이 같이 가기로 했는데 2명만 가게 되었고, 그 중 1명은 한 달만 머물기로 해서 거의 혼자 집에 있었다.

미국 출장을 결심하며 세웠던 목표는 딱 한 가지였다. 브이로그 업로드. 이건 내 개인 목표이면서도 회사 제품을 테스트하기에 아주 좋은 목표였다. 우리 제품에 내 브이로그 동영상을 넣어서 자막을 잘 만들어주는지 테스트를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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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편 정도 업로드 할 분량을 촬영했고, 지금까지 6개 업로드했다. 영상 편집 작업은 상당히 고통스러웠다. 15분 영상 하나 편집하는데 8시간 정도 걸렸다. 미국에 있는 동안엔 사무실로 매일 출근하다보니 주말에 하루는 놀고 하루는 편집하는 식으로 시간을 보냈다. 그래도 업로드해두고 나니 평생 소장할 추억거리를 만들어둔 것 같아 매우 뿌듯하다.

사실 처음 숙소에 도착하고 일주일 동안은 미국에 온 것을 후회했다. 집도 너무 큰데 혼자 덩그러니 있으니 좀 무섭기도 했고, 세 달이 너무나 길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근데 대표님들과 미국에 있는 동료들의 도움으로 잘 적응하고 나니 한국에 돌아가기가 너무 싫었다.

그리고 이 기간동안 영어에 대한 부담감도 많이 사라졌다. 지내면서 표현력이 엄청 늘었다고 생각하진 않는데, 내가 말을 이상하게 해도 생각보다 다들 잘 알아들었다. 물론 업무 영어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겠지만..

그래서 여건이 된다면 쉽진 않겠지만 다 제쳐두고 진지하게 미국으로 이민을 가고 싶다는 아주 큰 야망을 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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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업무 적응

나는 그 동안 아주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에서 주먹구구식으로 거의 혼자 개발을 해왔다. 그런데 이번에 이직한 회사는 주니어는 아예 없는 시니어급 엔지니어들로만 구성된 회사였기 때문에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환경이었다.

협업 경험도 없어서 Git Commit이나 Pull Request를 제대로 하지도 못했다. 그리고 내가 사수의 코드를 리뷰한다는 것 자체가 엄청난 부담이었다. 프로젝트 관리 툴도 처음으로 제대로 사용해봤다. 이 좋은 것들을 그 동안 왜 안했을까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1on1 미팅이라는 것도 정기적으로 하고 있다. 처음엔 이 문화가 생소했는데, 이게 내가 적응하는 데 정말 큰 역할을 했다. 보통은 필요한거나 불만이 있을 때 그 사실을 동료나 상사에게 이야기하기가 정말 어려운데, 억지로 둘이 있는 시간을 할당하니까 애로사항이 있을 때 정말 쉽게 말할 수 있다.

이 시간이 있으니 '저.. 제가 말씀드릴 게 있는데요..' 하는 심리적 압박감을 이겨내고 말을 할 필요가 없어서 그냥 편하게 말하면서 쉽게 적응했다.

그래서 그 동안 일하면서 느꼈던 좋은 문화나 일화들을 메모에 적어두고 있다. 나중에 내가 창업했을 때 좋았던 것들을 내 회사에도 그대로 적용하고 싶기 때문이다.

어쨌든 업무 적응은 조직 구성원이라면 당연히 해야하는 것이었고, 별개로 내가 무언가 보여줘야한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조직 규모가 커질수록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제한되기 때문에, 아직 구성원이 많지 않을 때 성과를 내고 눈에 띄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운이 좋게도 회사 웹사이트엔 내가 자주 해왔고, 잘 한다고 생각하는 부분인 유저의 니즈를 파악하고 UI/UX나 카피라이팅, SEO를 다듬는 작업들이 잘 고려되어 있지는 않았다.

그리고 실험적이거나 조직 내에서 새롭게 시도해야하는 프로젝트가 나에게 자주 주어졌는데, 그럴 때마다 해결하려는 목표를 잘 설정하고 과정보단 결과물을 빠르게 내놓으려고 노력했다. 이걸 Requirement Engineering이라고 하던데 그게 나도 모르게 잘 내재되어 있었던 것 같다.

결과적으로 그런 부분들을 자주 언급하고 기여해서 총 2번의 성과 평가 때 좋은 평가를 받게 되었다.

XL8에서는 매 반기마다 자신을 스스로 평가하고, 원하는 사람 2명을 지정해 피드백을 받아야 한다. 해당 기간 동안 잘한 것과, 더 잘할 수 있었던 것 2가지 항목으로 피드백을 받게 된다.

나는 '더 잘할 수 있었던 것' 항목에 대해 주로 소통과 협업을 더 잘하면 좋겠다. 라는 피드백을 받았다. 아무래도 그 동안 혼자 일하는 환경에 오래 노출되서 그런 것 같다. 내 약점을 확실히 파악했으니, 이 부분을 중점으로 평가를 개선하는 게 내년 상반기 목표이다.

돌이켜보면 이직 후에도 나는 여전히 이전에 하던 일을과 비슷한 것들을 하고 있었고, 이러한 작업은 조직 규모에 상관없이 아주 중요한 역할이라는 걸 나름 몸소 검증하게 되었다.

와인 가게 오픈

언덕보틀

미국에 있는 동안 여자친구가 내추럴와인 전문 가게를 오픈했다. 가게 이름은 언덕보틀이다.

나는 원래 와인을 싫어하진 않았는데 비싸서 굳이 사서 마시진 않았다. 근데 어느 날 지인이 선물로 내추럴와인이라는 것을 선물해줘서 마셔봤는데, 우리가 평소 알고 있는 와인(보통 컨벤셔널 와인이라고 부름)과는 완전히 다른 뉘앙스에 이제는 내추럴와인 없이는 못사는 몸이 되어버렸다.

근데 그건 그거고, 큰 리스크를 취하면서 새로운 가게를 열었던 계기는 이렇다. 기존 운영하던 카페는 디저트 카페라 홀 케이크 예약 판매가 꽤 잘 팔리는 상품이다. 근데 문득 생각해보니 디저트랑 와인이 선물용으로 꽤 잘 어울리는 조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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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사실 이제는 기념일이나 생일에 선물로 케이크만 사가기엔 약간 뭔가 부족한 느낌이 있다. 보통 케이크는 기본으로 깔아주고 추가로 향수같은 것들을 더해서 선물하는데, 그 추가 선물을 와인으로 우리 가게에서 한 번에 해결하면 괜찮겠는데?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근데 또 식상하지 않은 내추럴와인이라면 더 특별한 선물이 되겠다 싶었다.

근데 이제 시작이라 가게가 엄청 잘 되진 않는데, 좋아하는 와인을 도매가로 자주 마시고 있어서 만족도는 높다.

새 오토바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보광동은 언덕이 많아서 오토바이 필수다. 근데 첫 스쿠터를 실용적인 것만 보고 샀더니 디자인이 마음에 안들어서 새 오토바이를 사고 싶었다. 이걸 기변병이라고 하던데..

이것저것 검색을 해보니 이미 갬성과 연비를 모두 챙긴 혼다의 베스트 셀러가 있었다. 바로 슈퍼커브 110이다.

슈퍼커브110

오토바이 관심 없는 사람이 보면 그냥 중국집 배달 오토바이라고 생각하겠지만, 클래식한 맛이 살아있는 녀석이다. 심지어 연비는 제원 상 65Km/L이다. 매년 새로운 모델을 출시하고 있는 녀석이었고, 올해 모델에서 흰 색상이 처음으로 출시되서 바로 12월에 예약하고 3월에 받았다. 가격은 252만원.

이 오토바이가 얼만큼 인기가 많냐면 작년 기준 누적 1억대를 팔았고, 한국에선 1년을 타고 중고로 팔아도 구매했던 가격 그대로 팔 수 있을만큼 인기가 많다. 수요에 비해 한국에 들어오는 물량이 너무나 적어서 그렇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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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동 기어 조작이라 변속하는 맛도 있고 재밌게 잘 타고 있다. 근데 요즘 슈퍼커브 C125라는 새로운 녀석이 눈에 들어오고 있어서 걱정이다..

마무리

올해 회고는 이전 회고들보다 내용을 많이 압축했다. 더 쓰고 싶은 것도 많은데 너무 많아질까봐 좀 줄였다.

사실 뭐 엄청 대단한 걸 하진 않았는데 내 의지와 상관없이 이것저것 뭔가 해야하는 환경에 노출됐던 것 같다. 이래서 뭔가 변화를 주려면 주변 환경부터 바꾸라고 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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